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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인문학

AI와 인문학에서 저작권 문제와 정책 동향

  디지털 혁신과 인공지능(AI) 기술이 인문학의 연구 환경을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다. 생성형 AI가 텍스트, 이미지, 음악 등 다양한 콘텐츠를 자체적으로 창작할 수 있게 되면서, 저작권 제도는 그 경계를 새롭게 정의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했다.

AI와 인문학에서 저작권 문제와 정책 동향

과거 저작권 체계는 인간 창작자의 독창성과 사상·감정을 보호하는 데 주안점을 두었으나, 이제는 AI가 인간의 창작 행위에 직접 참여하거나 그 자체로 창작물을 생산하는 상황이 빈번해졌다. 특히 인문학 분야에서는 AI가 기존 저작물을 활용·분석·재구성하거나, 창의적으로 새로운 결과물을 생산하는 경우가 늘어나며, 이에 따른 저작권 주체, 보호 범위, 침해 여부 등을 둘러싼 논란이 심화되고 있다. 본 글에서는 인문학과 AI 융합 환경에서 나타나는 저작권 문제와 최근 정책적 동향을 심층적으로 살펴본다.

 

AI 학습과 저작권 침해

AI 기술은 방대한 양의 데이터, 특히 기존의 저작물을 학습 데이터로 삼아 딥러닝 모델을 발전시킨다. 이때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텍스트, 이미지, 음원 등 보호받는 저작물을 대량 수집·분석하는 과정 자체가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논란이 크다. 최근 미국 연방법원과 영국 정부의 판결에 따르면, AI가 저작권이 있는 작품을 무단 학습에 이용하는 행위는 ‘지극히 변형적(transfomative)’이라고 판단, 기존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였다. AI 학습이 원본 저작물을 복제하거나 대체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과정이라는 해석에서 비롯된다. 반면, 복제권 침해 문제와 공정 이용(fair use) 적용 여부를 둘러싼 법적 공방은 계속되고 있다. 이는 AI가 단순 참고를 넘어, 실제로 저작물을 활용해 신작을 만들거나 상업적 이익을 얻을 경우 저작권자의 권익 침해 우려가 커진다는 비판이다. 특히 인문학적 자료의 경우 오픈 접근과 자유로운 연구의 가치가 강조되지만, AI가 이를 대량수집·학습하는 과정이 저작권을 침해하는지 아닌지, 각국의 판례와 입법이 상이하게 적용되고 있다.

생성형 AI 창작물의 저작물성

생성형 AI가 제작한 콘텐츠가 저작물로 인정받을 수 있는지, 그 독창성의 기준과 범위는 인문학·예술계에서 주요 쟁점이다. 현행 대부분 국가의 저작권법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이 표현된 창작물’만을 저작물로 본다. 즉, 인간의 직접적 개입이나 창의력이 뚜렷한 경우에만 저작권 보호가 가능하며, AI가 완전 자율적으로 만든 작품은 저작물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 현재 원칙이다. 실제로 미국 저작권청은 AI 이미지 생성 툴을 활용한 만화 ‘Zarya of the Dawn’ 사건에서, AI 생성 이미지는 저작물로 보지 않고 인간 창작자의 스토리·구성 부분에만 저작권을 인정했다. AI가 단순히 도구로 사용되어 창작 결과에 인간의 개입이 실질적으로 존재하는 경우, 그 부분에만 저작권이 부여된다. 이는 AI와 인간의 창작 구분이 점점 모호해지는 현실에서 저작권 인정 기준과 보호 범위가 더욱 복잡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인문학 연구자들은 텍스트 분석, 번역, 창작 과정에서 AI를 도구로 활용하게 됨에 따라, 저작권법이 인간과 AI의 창작적 기여도를 어떻게 평가해야 할지 새로운 해석을 요구하고 있다.

저작권 귀속 및 분쟁 유형

AI가 생성한 창작물의 저작권 귀속 주체는 대표적인 법적 논쟁 대상이다. 귀속 논의는 크게 세 가지 입장으로 나뉜다. 첫째, AI를 활용한 인간에게 저작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 인간이 아이디어를 제시‧과정에 적극 개입한다면 저작권자가 되었음을 강조한다.

둘째, AI 개발자나 플랫폼 운영자에게 귀속해야 한다는 주장. 알고리즘과 플랫폼 자체가 창작 기여도가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셋째, AI가 완전히 자율적으로 생성한 결과물은 무저작물로 간주해 공공재로 활용하자는 입장. 기술의 개방성과 창작물 이용 자유를 중시한 것이다. 이런 입장 차이는 실제 저작권 분쟁에서 복잡한 형태로 드러난다. AI가 원저작물을 활용해 신작을 만들고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경우, 원저작물의 저작권자가 침해 소송을 제기하거나, 반대로 인간과 AI의 공동창작 여부를 검토하는 등 다양한 법적 분쟁이 발생한다. 각국 입법과 판례는 아직 일치된 기준 없이, 개별 사건별로 창작 기여도의 범위와 저작권 분배 구조를 판단하고 있다.

AI 저작권 관련 각국 정책 동향

AI와 저작권을 둘러싼 정책적 논의는 국제적으로 활발하다. 영국 정부는 2022년 텍스트 및 데이터 마이닝(TDM) 저작권 예외를 상업적 목적까지 확대 적용하려고 했으나, 창작계의 반발로 정책을 일부 철회했고, 2025년에는 공공 협의를 통해 AI 학습 데이터 저작권의 재설계 방안을 논의했다. 저작권자의 권리 유보, AI 학습 데이터의 투명성 및 이용허락 옵션 검토 등이 주요 이슈였다. 미국 저작권청은 2023년 AI 이니셔티브를 시작해, AI 개발 과정에서 발생하는 저작권 이슈, 공정이용 원칙 적용, 저작물 복제 여부 등의 쟁점을 3부작 보고서로 심층 분석하였다. 특히 AI 학습이 기존 저작물 시장과 경쟁하는 결과물을 내는 경우, 공정이용 범위를 벗어난다고 판단, 이용허락 시장 발전을 정책 방향으로 시사했다. 국내에서는 아직 명확한 대법원 판례가 없고, 법조계는 AI가 창작한 저작물에 저작권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의견이 주류인 상황이다. 아울러 디지털 인문학 연구와 문화예술 현장에서는 ‘오픈소스’와 ‘공공접근’ 추세가 강화되고 있으나, 이 과정에서 저작권자와 AI 기업간 갈등도 증가하고 있다.

인문학적·윤리적 성찰

AI와 저작권 문제는 법적·정책적 과제 외에도 인문학적·윤리적 고민을 요구한다. 기술적 창작의 주체성과 인간의 고유성, 작품의 독창성 기준, 창작자 권익과 공공재의 균형 등은 인문학적·철학적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논의되어야 한다. 첫째, 창작 행위의 주체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인간의 창조성은 고유한 사고·감정·문화적 맥락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보았다. AI가 이 범위를 침해할 때, 저작권 제도의 본질과 윤리적 정당성이 흔들릴 수 있다. 둘째, 저작권 보호 범위와 개방 사이의 균형이 쟁점이다. 창작자 보호와 지식 공유, AI 교육을 위한 공공접근 정책이 상충할 때,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셋째, AI 시대 인문학 연구의 ‘민주성’ 유지와, 창작 권리의 분배 문제도 윤리적 토론 대상이다. 결국 인문학과 AI 기술의 협력은 단순한 규제나 법적 정의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창작의 본질에 대한 근본적 논의, 기술의 진보가 인류 지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성찰이 병행되어야 한다.

 

  인공지능 시대의 저작권 문제는 인문학, 예술, 기술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복잡한 쟁점과 갈등을 야기한다. AI 학습 과정에서의 저작권 침해 여부, 생성형 AI 창작물의 저작물성, 저작권 귀속 주체 선정, 각국의 법‧정책 동향, 그리고 인문학적 윤리적 문제까지 다양한 층위에서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대부분 국가에서는 저작권의 주체를 인간으로 국한하고 있으며, AI의 자율 생성 결과물은 무저작물로 간주하거나, 인간의 실질적 창작 기여가 있는 부분만 저작권 보호를 인정한다. 그러나 AI와 인간의 창작 역할이 점점 모호해지고, 원저작물의 활용과 변형 경계도 흐려지면서, 분쟁의 양상은 한층 복잡해지고 있다.정책적으로도 각국은 AI와 저작권 제도 개선을 위해 다양한 협의와 입법 논의를 진행 중이나, 글로벌 기준과 사회적 합의는 아직 부족한 상황이다. 따라서 인문학계와 기술, 예술계는 저작권을 둘러싼 법적 정의를 넘어서, 창작의 본질과 지식 공유, 창작자 보호와 기술혁신 간 균형에 대한 인문학적 성찰을 기반으로 더 깊은 논의를 지속해야 할 것이다. AI와 인문학의 상생 발전을 위해서는 저작권 제도의 유연한 개선뿐 아니라, 창작자의 권익 보호와 공공접근의 조화, 윤리적 책임의 공유가 필수적이다. 향후 AI 저작권 정책은 기술적 효율성과 인문학적 가치, 사회적